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평소에 현실을 왜곡 없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 하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전 명상을 하면서 명상이 깊어질수록 과거에 내가 경험 했던 일들에 대해서 여러갈래로 해석하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당연하게도 그 상상과 잡념들은 진실과는 달랐다. 가장 차분하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 지는 시간임에도 나의 뇌는 내가 원하거나 흥미로운 생각을 지어낸 것이다. 명상중에도 이렇다면 일상속에서 내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다. 이번 포스팅에서 그 의문들에 대해서 자문자답하는 글을 써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
현실 인식에 대한 의문점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사실들을 선택적으로 해석하고 그에 반대되는 정보들은 배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전문 용어로 인지적 편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 현실을 왜곡없이 해석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가능할까? 그게 가능했던 인간이 역사속에서 과연 존재 했을까? 굳이 역사속에서 찾을게 아니라 그나마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를테면 과학자들은 어떨까? 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현상들을 자연 법칙을 근거로 논문을 작성한다. 그들 나름대로 최대한 왜곡과 오류 없이 여러차례 실험하고 스스로 검증 하며 작성 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혹독하게 깎아낸 자신들의 논문을 학술지에 공개 한다. 그리하여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서 재차 세세하게 검증을 받는다. 그럼에도 세상에 많은 저명한 논문들 조차 오류가 발견되고 현실에서 재현되지 않는다며 철회 되기도 한다.
역사적인 인물들중 소크라테스와 니체와 같은 사람들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철학자들은? 그들의 놀라운 직관력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과 생각할 거리를 줬다. 그들이야 말로 인생을 바쳐서 진리를 추구했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사상 역시도 현시대에 와서는 절대적인 사실로 받아들여 지지는 않은듯 하다.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사상들은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것을 보면 말이다.
현실을 왜곡하는 원인
왜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현실을 왜곡하는 것일까? 내가 추측 하기로는 앞서 설명한 인지적 편향이 그 원인중 하나 일수 있고 개인적인 성향, 신념, 자아, 믿음, 심리적 요인 등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해석에 의해서도 사실이 왜곡된다.
어떤 책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우리가 사물들을 얼마나 뭉뚱그려 인식하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내용의 글을 읽은적이 있다. 자전거를 그려보라는 것이다. 난 당연히 자전거를 즐겨타기도 하고 그 글을 읽기 바로 직전에도 자전거를 탔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그리기 시작했지만 잘 그려지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구조로 자전거를 그린것이다. 이처럼 모든 우리가 익숙한 사물들 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모든 스쳐지나가는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정작 정확한 관찰이 필요할때는 제대로 보지 못할수도 있다. 이런 뇌의 기능은 분명 편리하지만 한 편으론 이 또한 현실을 왜곡하는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 한다.
현실 왜곡은 나쁘기만 한가?
나는 모든것엔 장단점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또 실제로 그렇다고 믿고 있다. 어떤 것이든 단점만 있는 사물과 현상은 찾을수 없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요즘 읽고 있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책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은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학장 이였다. 그는 좌절을 겪고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조던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 서술된다. 그는 자신의 믿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사실들을 교묘하게 조작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 또한 속이는듯 했다. 나도 이런 사람들을 종종 봤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더 잘 이해가 됐다.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긍정적인 착각은 현실의 냉혹한 사실들에 압도되는 것에 대항할수 있는 용기를 주지만 그것에는 장기적인 댓가가 따른다고 했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 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 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을 왜곡 없이 제대로 바라볼수 있는 방법은?
사실 잘 모르겠다. 내 글들의 가장 큰 문제점중 하나는 온갖 의문들을 제시해 놓고 그 결론이 흐지부지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 더 나아가서 동물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일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한번의 관찰로 모든 것을 냉철하게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바라보기 힘들며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만 그래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나 혼자만 항상 모든것을 꿰뚫어 보는것이 가능하다면 책 눈먼자들의 도시의 주인공 처럼 리더가 될 수는 있을거 같다. 과학자들이 논문 작성하고 발표하는 것처럼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스스로 다시 점검해보고 공개하여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비판을 들어보는 연습이야 말로 그나마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수 있는 방법이라고 결론을 지어 볼까 한다. 또 사건과 사물의 사실 근거를 판단하고 내 신념과 믿음에 반대 되더라도 힘들겠지만 내려놓는 연습도 필요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