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이기적 유전자에 이어서 두번째로 쓰게된 독후감입니다. 책의 절반 정도는 양자물리학의 이론적인 부분과 역사에 대해서 나오기 때문에 문과생인 제가 읽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천천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GPT에게도 물어보면서 한달에 걸쳐서 읽었던 책입니다. 제가 이해했고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위주로 글을 써볼려고 합니다!
책 소개
이 책은 이론 물리학자이며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교 이론 물리학센터 교수이자 프랑스 대학연구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인 카를로 로벨로 교수님의 양자물리학에 대한 책입니다. 전세계 40개국에 번역되어 출간 되었고 200만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 셀러 책입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와 첫 인상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같은 독서모임의 어떤 회원분께서 이 책에 대해서 추천과 함께 내용을 설명해주셨고, 양자물리학이라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 주제임에도 문과생인 제가 받아들이기에 딱딱함(?)이 없었습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양자물리학에 대해서 문학적으로, 그리고 시적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웠던 점
제가 유튜브로만 접해봤던 이중슬립 실험과 양자중첩, 양자 간섭, 양자 얽힘에 대해 이 책은 훨씬 더 심도 있게 다룹니다. 제가 잘 못 이해한 부분에 대해서도 찾게 되어서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이 사물의 존재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설명하는 점입니다. 아마 그 부분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읽다 보니 불교의 공 사상과 많이 맞닿아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양자물리학과 불교?
이 책에서 나가르주나에 대해서도 여러번 언급을 합니다. 나가르주나는 2~3세기경의 인도 대승 불교의 승려이며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책은 중론이라는 책인데, 제가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해하기로는 연기법과 공이라는 불교적 개념이 주된 내용입니다. 연기법이란 사물은 반드시 원인에 의해서 생겨나며, 상호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할수 있는 존재는 없다라는 사상입니다. 공은 연기법에 근거해 모든 것이 실체가 없다라는 개념이였습니다(너무 어려워…) 이걸 관계론적 존재론이라고 하는데 이 책 또한 양자물리학을 그러한 관점에서 양자물리학을 설명합니다.
존재의 정의
이 책의 저자가 책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사물은 자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어떤 것 덕분에, 다른 것의 결과로서, 다른 것과 관련하여, 다른 것의 관점에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비어 있다’는 것이다”
저는 처음 이 글을 읽고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음 부분들을 읽어서야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 “모든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고립된 대상은 그 어떤 특정 상태도 갖지 않는다.” 이 말에 따르면 즉, 어떤 사물의 성질을 정의할때 그 사물 자체만으론 성질을 정의할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상에 남자가 없다면 여자라는 성별을 정의할 수 없고, 밤이 없다면 낮이라는 시간을 정의할 수 없으며, 얼음보다 따뜻한 온도의 물질이 없다면 얼음이 차갑다라는 성질을 정의할수 없다는 식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얼음만 둥둥 떠다닌다고 가정 했을때 그것을 얼음이라고, 또 차갑다고 정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성질이란 것도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얼음이 ‘차갑다’라고 느끼지만 드라이 아이스의 입장에서 얼음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성질인 것입니다. “모든 속성은 오로지 상대적인 속성일 뿐이기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얽힘의 그물망 속에서만 존재 한다” 위에서 설명했던 불교의 연기법과 공의 개념 대로 모든 사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할수 없고, 상호 관계에 의해서만 정의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원자에 대해서
원자라는게 우주가 처음 생성되었을 때 부터 있는 것이라는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몸도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했던 점은 내 몸은 부모님으로부터 만들어졌는데, 그렇다면 부모님이 원자를 생성 하셨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부해보니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만들어진것은 맞지만 정확히는 DNA를 받은 것이며, 피와 살은 부모님이 자연세계에서 섭취한 음식물들의 영양소 원자를 조합하여 제가 생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죽게되면 다시 분해되어 원자 상태로 돌아가고, 제 몸을 구성했던 원자들은 다른 생명체 또는 사물에 재활용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빅뱅이론이 사실이라면 지구상의 모든 사물들과 우리 인간 육체의 원자들은 우주초기때부터 있어왔던 것들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몸은 사실 138억 살일 수도 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그래서 상상해봤습니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우리의 몸을 구성했던 원자가 다른 은하계의 행성에 속했던 것일수도 있겠다고요. 지구에서는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일때, 내가 싫어하던 존재의 원자였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던 존재의 원자였거나 전혀 관계없던 존재의 원자였을 가능성도 있겠죠. 그렇다면 사물, 동물, 인간, 공기, 물, 불등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계의 모든 것들은 사실 근본적으론 다르지 않으며 호불호와 같은 생각은 일종의 전기적 신호이며 실제와는 다른 제가 만들어낸 이미지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됐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이고, 전공자 분들이나 전문가 분들이 보시기엔 제가 이해한 부분들이 사실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 있을수도 있겠습니다. 그 부분들은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제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지만 이 책을 적극 추천하며 이만 글을 마치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